영화 리뷰

영화 '괴기열차' 리뷰

일만 하던 이과장 2025. 7. 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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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지하철이 기괴한 괴담 무대로

 

개요 및 기본 정보

2025년 여름, 공포 유튜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 미스터리 호러 영화 ‘괴기열차’(감독 탁세웅, 제작 디믹스스튜디오)가 관객과 마주하였다. 주연에는 유튜브 채널에서 공포 콘텐츠를 다루는 ‘다경’을 연기한 주현영이 나서며, 전배수와 최보민이 감초 역할로 활약한다. 이 영화는 광림역이라는 가상의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연쇄 실종과 각종 괴담을 짧은 에피소드 형태로 엮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극은 조회수에 목말라하는 다경이 방송 소재를 찾던 중 광림역에서 들려오는 괴담과 실종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역장의 소개로 네 가지 괴담 에피소드를 경험하게 되고, 이를 콘텐츠로 제작하려는 욕망이 사건 전개와 맞물리는 설정이다.

 

옴니버스 구성의 장점과 한계 

‘괴기열차’는 90분 내외의 러닝타임 속에서 네 편의 괴담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옴니버스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짧은 호흡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관객에게 적합하며,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중심 서사인 다경의 시점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흥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피소드마다 주제가 다르고 분위기도 약간씩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에피소드에서는 지하철에 탄 인물이 시간의 뒤틀림을 경험하고,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승객의 외형이 변하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초현실적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각기 다른 괴담 설정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관객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또 다른 설정과 분위기를 기대하게 되며, 이러한 구성이 영화의 재미를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이러한 옴니버스 방식은 단일 이야기보다 몰입도가 낮아질 위험을 안고 있다. 각각의 괴담이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서사 깊이가 얕아지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또, 개별 이야기 간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거나 상징성이 부족할 경우 관객은 작품 전체를 하나의 통일된 서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괴기열차’는 다행히도 다경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각 에피소드를 이어주는 프레임 내러티브(frame narrative, 액자식 구성)를 통해 일정 수준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각 괴담의 구체적인 연결 지점이 불분명하고, 괴담들이 갖는 메시지나 주제의식이 일관되지 않아 조직적인 서사로서의 완결성에는 다소 부족함이 존재한다. 결국 이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를 모았지만 결말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고심이 반영되지 못한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포 vs 코믹, 장르 혼합의 딜레마 

‘괴기열차’가 관객에게 던지는 가장 큰 혼란 중 하나는 바로 장르적 정체성의 모호함이다. 영화의 예고편이나 초반 분위기는 전형적인 공포 영화로 포장되어 있다. 음산한 지하철, 기묘한 사건, 무표정한 인물들, 섬뜩한 사운드 디자인까지 공포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관객은 이 영화가 전통적인 ‘도시 괴담형 공포’에 가까울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터는 의외의 전개가 이어진다. 몇몇 괴담 에피소드는 공포보다는 오히려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분위기를 띤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다경이 보여주는 반응,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심지어 공포 장면 중간에 삽입된 다소 과장된 리액션 등은 공포감보다는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경이 처음 겪는 괴담 중 하나에서는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승객이 등장한다. 이 승객은 처음에는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점점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행동을 하며 장면의 긴장감을 흐린다. 공포와 코미디가 혼재된 상황은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진지한 호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러한 분위기 전환에 실망할 수 있다.

이처럼 장르의 혼합은 성공할 경우 영화에 신선한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균형을 잡지 못하면 영화 전체의 정체성과 긴장감을 손상시킨다. ‘괴기열차’는 의도적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구성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통제하지는 못한 인상이다. 결과적으로 공포의 지속력이 약해지고, 이야기에 몰입하기보다는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관객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이런 방식은 공포 입문자나 라이트 유저에게는 부담이 적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잔혹함’이나 ‘폭력성’을 배제한 대신 기묘하고 어딘가 괴상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10대 관객이나 강렬한 호러를 꺼리는 시청자에게는 접근성이 높다. 다만, 장르의 목표 지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코믹과 공포를 한 작품 안에서 동시에 끌고 가려는 시도는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들의 활약과 캐릭터 연기

‘괴기열차’의 핵심 인물은 공포 유튜버 ‘다경’이다. 이 인물을 연기한 배우 주현영은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를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진 인물로, 대부분은 그녀의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걷어내고,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다경의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다.

극 초반 다경은 구독자 수를 늘리고자 클릭 수를 자극할 수 있는 ‘공포 콘텐츠’를 찾는 유튜버로 등장한다. 현실감 있는 젊은 세대의 욕망과 자기 확장의 욕구가 느껴지는 이 캐릭터는, 겉으로는 대담한 척하면서도 실제 괴담이나 이상현상을 접할 때에는 당황하고 무서워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이입의 여지를 준다. 주현영은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과장되지 않게 표현함으로써,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는 설정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다경과 함께 괴담 탐색에 나서는 역장 역할로는 전배수가 출연한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꾸준히 활약해 온 배우로, 안정적인 톤의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에서는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를 맡아 다경에게 괴담의 실체를 설명하고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전배수의 연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조율되어 있어, 영화의 중심축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또 다른 주요 인물로는 최보민이 등장한다. 아이돌 그룹 ‘골든차일드’의 멤버로 활동하며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이번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이다. 과거를 감춘 인물, 혹은 광림역에서 벌어진 사건과 연관된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맡은 그는 의외의 안정된 발성과 눈빛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감정 표현보다는 미묘한 긴장감과 거리감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연 배우들도 괴담 에피소드마다 등장하여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려낸다. 이러한 구성은 옴니버스 형식 특유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관객의 흥미를 계속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캐스팅의 폭이 넓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역할에서 기대 이상의 몰입도를 이끌어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각·음향 연출의 특성

‘괴기열차’는 공포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시각적 이미지와 음향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일상적인 공간인 ‘지하철역’을 낯설고 기이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집중한 점은 이 영화의 미장센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시각적 연출을 살펴보면, 영화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지하철역인 ‘광림역’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설정은 실존 공간에서 살짝 벗어나 있음으로써 현실감을 유지하면서도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준다.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기묘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오랜 세월 방치된 듯한 열차 내부, 낡은 역무실 등의 공간은 관객에게 불쾌감과 긴장을 유도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한 괴담 에피소드에서 유튜버의 얼굴에 꽃이 피어나는 환각적 장면이다. 이는 상징적인 이미지이자 시각적으로 매우 기괴한 장면으로, 괴담의 비현실성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열차 내부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카메라 앵글과 이동 방향 설정은 시선을 따라가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준다.

음향 연출 또한 비교적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지하철 특유의 금속음, 스피커에서 울리는 안내방송의 기계적인 목소리, 열차가 정차하거나 출발할 때 들리는 낮고 긴 굉음 등은 현실감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쓰인다. 정적이 흐를 때 느껴지는 잔잔한 숨소리나 미세한 노이즈는 관객의 귀를 긴장시키며,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달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이 연출이 공포를 ‘조성’하기보다는 ‘꾸미는’ 데 치우쳐 있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즉, 시각적 장치와 음향이 공포감 자체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겉모양으로서의 불안함만을 전시하는 것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괴담의 결말이 허무하게 끝나거나 긴장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는 장면도 일부 있어, 연출의 완급 조절이나 긴장감의 유지력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괴기열차’의 시각 및 음향 연출은 기술적 시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그것이 공포의 본질로 완전히 연결되지는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공포 초심자나 시청 난도가 낮은 장르물을 선호하는 관객층에게는 충분한 시각적 자극과 몰입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괴기열차'는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여러 단막 괴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공포 유튜버 다경을 중심으로 짧고 다양한 이야기를 연결하며, 코믹과 기괴함 사이를 넘나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작품은 분명한 메시지를 내걸기보다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에게 미스터리를 제공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특히 최후부에서는 비밀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끝나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을 이어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열차의 미궁’ 같은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와 같이 열린 결말과 초자연적 떡밥은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지만, 공포의 몰입감 고양에는 한계로 작용한다. 다소 뜬금없이 끝나버린 다경의 결말은 일부에게 불만으로 남기도 한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과 시각적 인상은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장르적 정체성의 모호함, 옴니버스 구성의 통일성 부족, 공포감의 한계 등은 분명한 보완점으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입문용 라이트 공포 영화로서의 가치가 크며, 현실적 장소에서 기괴한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가볍게 시도해 볼 만하다. 하지만 강렬한 공포나 오싹한 후폭풍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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