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자들의 묵직한 전투 서사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올드가드(The Old Guard)는 죽지 않는 전사들의 존재를 중심으로 인간성과 정의, 그리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액션 판타지 영화다. 슈퍼히어로물과 밀리터리 액션 장르의 장점을 조화롭게 녹여낸 이 작품은 전통적인 액션 영화의 틀을 따르면서도 서사에 깊이를 더해 관객에게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불사의 전사들, 그들의 고통과 사명
영화의 중심에는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포함한 네 명의 불사(不死)의 전사들이 있다.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살아온 그들은 현대에 이르러 용병처럼 활동하며, 선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을 생체 실험 대상으로 삼으려는 거대 제약회사와의 충돌이 시작된다.
‘올드가드’는 단순한 초능력 액션물이 아니다. 이 영화는 불사의 삶이 가진 어두운 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죽지 않는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에 가깝다. 반복되는 이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간, 끊임없는 상처와 고통은 주인공들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죽음이 없는 삶은 과연 인간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여성 중심 서사와 인물의 입체성
‘올드가드’의 또 다른 강점은 주인공 앤디를 중심으로 한 여성 중심 서사에 있다. 액션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강력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서 있으며, 이는 기존 헐리우드 액션 영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앤디는 단순히 강한 전사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방황하며 인간다움의 가치를 찾으려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 외에도 닉키와 조라는 두 남성 전사 캐릭터는 동성애 커플로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진심 어린 애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이는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깊이 있는 세계관과 현실적인 액션 연출
‘올드가드’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세계관은 굉장히 넓고 깊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서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과거의 회상 장면은 주인공들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며, 그들이 왜 현재의 상황에서 갈등을 겪는지를 납득시켜 준다.
액션 연출은 상업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게 구현되어 있다. 불사의 존재라는 설정을 활용하여 극도로 치열한 전투를 연출하면서도, 현실적인 총기전과 근접 전투에 기반한 액션 스타일은 관객에게 더욱 몰입감을 준다. 과장된 액션보다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전투 장면이 많아,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든다.
불사의 영웅도 결국 인간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영화가 영웅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불사의 전사들을 ‘고뇌하는 인간’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존재 가치에 대한 회의감도 가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 신입 전사 ‘나일’의 시점은 관객이 이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나일은 죽지 않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고, 기존 전사들과 함께하며 점차 이 능력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를 통해 관객은 "불사의 능력은 진정 축복인가, 아니면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저주인가"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프랜차이즈의 시작점이자,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
‘올드가드’는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다음 편을 암시하는 복선도 남긴다. 특히 중반 이후 등장하는 전사 퀸의 복귀는 다음 이야기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단발성 콘텐츠가 아닌, 장기적인 프랜차이즈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설정이며,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한다.
실제로 제작진은 속편 제작을 공식화했고, 이는 향후 이 세계관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올드가드’ 같은 작품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서사의 깊이와 액션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결론: 액션 너머의 질문을 던지는 진지한 판타지
‘올드가드’는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많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성과 죽음, 시간의 의미, 존재의 가치 등 철학적 주제를 강렬한 액션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 영화는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고 본 관객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나, 보다 진지한 접근으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올드가드’는 분명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특히 여성 액션 히어로, 다문화 캐스팅, 윤리적 메시지 등을 중시하는 최근 콘텐츠 트렌드와도 잘 맞물리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 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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